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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우에쓰다 | 나룻배



本來無一物
수인  2017-05-05 17:21:36, 조회 : 356, 추천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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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지 화백의 "점 하나"다. 점 하나가 작다고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화엄사상에 따르면, 하나가 전체고 전체가 하나다.(一卽一切多卽一) 화엄까지 갈 것도 없이 상식에 따라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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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거사는 “중생이 아파서 나도 아프다”고 했는데, 나는 가까운 사람이 아파야 마음이 좀 아픈 정도다. 그 아픈 마음을 쪼개서 아래와 같은 글을 만들었다. 정작 써야 할 글은 밀쳐 둔 채 남은 마음도 둘 데가 없다. 만천하 아픈 사람과 아플 사람은 참고하시라.  


-아래-

問: 내 몸에 病이 있어서 心身이 몹시 苦痛스럽습니다. 아프지 않을 때는 잘 몰랐었는데 병이 들고 보니 산다는 게 고통 덩어리라는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答: 古人은 “본래 아무 것도 없다.”(本來無一物)고 했다. 몸도 본래 없고, 몸이 없으니 病도 없고, 병으로 인한 苦痛도 없다.

문: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 내 몸이 있으니 몸의 病으로 인한 苦痛을 시시각각 느끼고 있습니다. 이 세상 전부를 회의한다 할지라도 이 고통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답: 자네가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고통이 있으니 그 고통의 원인인 病도 있고, 病이 생겨난 몸도 있을 테지.

문: 그런데 어째서 “아무 것도 없다”고 하십니까?

답: 아무 것도 없다. 자네는 고통과 병과 몸이 있다는 것만 알고, 그것들이 본래 없다는 이치는 잊고 있다.

문: 당신 몸이 아프지 않다고 아픈 환자를 戱論하면 되겠습니까?. 아무 것도 없지도 않거니와, 설사 아무 것도 없다는 이치를 이해한들 견딜 수 없는 이 고통이 사라지겠습니까?

답: 聖賢이 어찌 중생을 기만하는 말을 했겠는가? 작은 소견으로 큰 지혜를 가리지 말라. 자네는 자네의 몸이 “있다”고 하는데 100년 후에도 있겠는가?

문: 내가 지금 환갑이니 그 땐 없겠지요.

답: 어째서 없어진다고 하는가? 화장을 하면 연기와 재로 화할 것이요, 매장을 하면 地水火風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문: 말씀하신대로 완전히 無가 되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변하든 이미 내 몸은 아니지 않습니까?

답: 자네의 몸이라고 불렸던 물건이 변해서 다른 것이 되었을 뿐 아주 없어진 건 아니다. 그러면 자네가 태어나기 전에는 자네 몸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문: 내 몸은 어머니 뱃속에서 생기고 자랐으니 태어나기 전에는 이 몸이 없었지요.

답: 자네의 몸이라고 불릴 만한 물건은 없었지만, 장차 자네의 몸이 될 요소들은 세상에 존재했을 것이고, 그것들이 어머니를 통해서 자네 몸이 된 것이다.

문: 그건 틀리지 않은 말씀이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

답: 자네의 몸이 본래 없다는 이치를 말하려는 것이다.

문: “본래” 있든 “본래” 없든, 시방 내 몸이 이렇게 고장이 나서 아프잖아요!

답: 자네 몸이 본래 없다는 이치는 알겠는가?

문: 그거야 삼척동자도 알지요. 없던 내가 엄마 뱃속에서 생겼다가 죽으면 없어지니까 본래부터 있는 건 아니지요. 그런데 그게 왜 그리 중요한가요? 나는 아파서 죽겠는데....

답: 이제 됐네. 자네 몸이 본래 없다는 이치를 알았으면 이제 병도 본래 없고 고통도 본래 없다는 이치를 알겠구만.

문: 되긴 뭐가 됐다고 그러세요? 몸이나 병도 본래 있던 건 아니지만 이제 생겨났으니까
몸도 있고 병도 있고 아픈 것도 있잖아요. 아이구 아파!

답: 본래 있던 건 아니라서 空한 것이고(非有), 여러 인연이 모여서 생겨났으니까 緣起라(非無).....

문: 네?

답: 혼잣말이니 괘념치 말게. 하여간, 자네가 핵심을 짚긴 짚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네 몸은 본래 있는 게 아닌데, 본래 있다고 생각하니까 몸에 집착하게 된다는 걸세.

문: 천만의 말씀입니다. 사람 몸이 본래 있는 게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고 했잖아요. 물론 나도 알고요. 아까 다 얘기했구마는...

답: 그렇지 않을 걸? 사람이 생각으로는 뭐든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네. 이치로는 안다해도 연기적 변화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진 못하지.

문: 네?

답: 아닐세... 자네는 자네 몸이 본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자네의 오랜 습성(혹은 無明)은 죽자사자 “내 몸은 본래 있는 것”이라고 붙잡고 있다는 걸세.

문: 어? 그러지 않을 건데...?

답: 자네는 시간이 많을 테니까 흘러 넘치는 시간 조금도 낭비하지 말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난 가네.

문: 잠깐만요, 말씀을 하다말고 어디 간다고 그러세요?  
  
답: 할 얘기 다 했는데?

문: 덜 했잖아요... 아이구 어머니, 아파 죽겠네...  머시냐... 몸이 본래 있는 게 아니고, 病과 苦痛도 본래 있는 게 아니지만, 생겨나서 있게 되었다... 그럼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내가 아파서 죽겠구요....

답: 자네가 방금 말했듯이 “본래 있는 게 아니고 생겨나서 있게 되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사실대로 똑바로 보라는 걸세. 그게 “緣起를 보는” 건데.... 내가 자네 대신 생각하고 볼 수는 없잖은가?

문: 그러니까 본래 있는 게 아니고 생겨나서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 제대로 보면 안 아프나요?

답: 아마 그럴 걸. 몸도 병도 고통도 자네가 “본래 있다”고 생각해서 붙잡고 있는 거라네. 믿거나 말거나.


수인
인터넷에 本來無一物을 검색하면 법정을 위시해서 여러 사람이 모두 취향과 필요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풀고 있다. 어렵다고 다 피해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 2017-05-05
20:36:16

 


해설
이 대화록은 수인이 직접 꾸민 것입니까? 실제 상황처럼 생생하고 자세하게 잘 구성했네.

대화를 읽고 난 내 느낌은 이렇습니다.
" 문: 그건 틀리지 않은 말씀이지만, 그래서 어쨌다는 겁니까? "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에게 진찰받고 치료하라"고 말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본다.
2017-05-09
01:01:26

 


수인
해설의 "쬬크"에 정색하고 답해야 하나... 난감하긴 한데, 어쨌든,

1. 가상 대화입니다.
3. 의사에게 진찰받고 치료 중인 사람에게 하는 말입니다.
2. 여기서 환자의 아픔에 대한 얘기는 직설 어법이기도 하지만(나는 아픔에 대한 태도 여하에 따라 실제로 고통이 경감될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그보다는 질병을 위시한 인생의 괴로움과, 그 괴로움에 대한 불교적 진단과 처방을 비유한 것입니다.
2017-05-09
08:42:11

 


해설
글의 주제가 익숙해서인가 아니면 너무 무겁나? 아니면 시절이 하 수상해서인가? 고심해서 올린 글에 댓글이 없다.

주민 여러분, 가벼운 마음으로 삽시다. 그래서 '쪼크' 한 마디 햇습니다.
2017-05-10
00:51:20

 


수인
내가 "술도사"라서 그런가? 해설의 댓글에서 항상 소주 석 잔 반 정도의 술냄새를 맡게 되는데, 다른 술도사들-예컨대 효산-의 高見은? 2017-05-10
14:47:51

 


해설
허허... '술도사' 인정합니다. 사실 요즘 몸이 피곤한 탓인지 아니면 마음이 피곤한 탓인지 자주 술을 합니다. 와! 잔 수까지 맞히셨네. 막걸리 3잔 아니면 소주 3잔. 딱 좋습니다. 2017-05-11
01:12:03

 


수인
그 정도 마시는 건 "술"이라고 하지 않고 "약"이라고 부릅니다.
그나저나 내가 해설의 주량을 과대평가했군. 3잔 -> 3잔 반
2017-05-11
08:08:40

 


효산
누가 뭐래도 아픈건 아픈거여.
아프다는데 누가 뭐라 그래?
하여튼 아파.
2017-05-11
20:23:11

 


白下
아! 아픔을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실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아픔에 대한 태도 여하에 따라 실제로 고통이 경감될 수 있다"는 생각에는 저도 동의합니다만 ...
'시퍼런 칼날이 목을 치는 것이 마치 봄바람을 베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지가 아니고서야 ... (以首臨白刃 猶如斬春風)

문득 보문현로(普門玄路)스님의 일화가 생각이 나는군요.
댓글에 달기에는 좀 길어서 퍼뮤니케이션에 올려 보겠습니다.
2017-05-12
00: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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