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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우에쓰다 | 나룻배



박근혜를 찍은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는가
수인  2016-12-06 14:47:14, 조회 : 422, 추천 : 22
이런 저런 이유로 속이 뒤틀려서 아무 일도 못하고 황금같은 며칠을 허송하는 중에 효산이 거의 금기시되다시피한 시국사안에 대한 한 관점을 퍼올렸다. 읽어보고 과연 세상에는 다양한 군중들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어느 누가 그 一人의 관점을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동시에 어느 누가 그 일인의 관점에 대한 비판을 폄하할 수 있으리오 - 그래서 두서없이, 장난삼아, 파적거리로 댓글을 달다가 보니 점점 불어나서 본문에 올리게 되었다. 그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閑士의 客談이려니 하고 가볍게 읽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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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하 사태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은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小論

사람은 자유 의사에 따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를 찍은 51%는 크건 작건 박근혜-최순실 국정 전횡에 책임이 있다. 그런데 만약 밀가루를 만병통치약으로 속아서 산 시골 노인들같이 박근혜와 그 일당들에게 속아서 투표를 했다면 사정이 좀 복잡해진다. 현행법은 사기를 친 약장수에게 그 죄를 묻는다. 그런데 만약 사기를 당한 사람이 어수룩한 시골 노인이 아니고 지식인이라면 법의 판단이 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사태 분석을 더 복잡하게 하는데, 속은 사람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판결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사기꾼이 밀가루라는 걸 알면서 고의로 사기를 쳤는지, 아니면 사기꾼 자신도 그것을 만병통치약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기를 치게 된 것인지 여부도 쌍방의 책임 소재와 형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 경산의 저 어르신도 “박근혜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나마 밝히고 있다. 즉 사기를 당했다는 것인데, 사기의 내용은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능력과 책임감 등등에서 깜냥이 되지 않는데 되는 줄 알고 표를 줬다는 것이다. 전국민의 9할이 넘도록 그런 생각을 한다면 (다수결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guilt trip 없이 '사기 대선'을 객관적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기 약장수의 사례를 대입할 때 박근혜 사건은 어느 케이스에 가까울까?

1. 박근혜는 자신이 자질과 능력, 책임감 등등에 있어서 대통령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았을까 - 아니면 몰랐을까? 단정하기 참 어려운 문제다. 그 사람 속에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능력이 없는데도 그 사실조차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거나 공주병이 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냉철할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의 무능을 잘 알 수도 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후자의 케이스는 자기모순이다.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면 이미 무능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로서는 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논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박근혜의 대통령 출마는 자기 자신의 상품성을 모르거나 잘못 알고 국민들에게 세일즈를 한 사기행각이 된다. 그런데 논리적인 결론은 항상 미흡한 데가 있다.

2. 불행하게도 전혀 가능성이 없지 아니한 최악의 경우의 수가 하나 남아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을 못할 정도로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그런 성찰 자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이다. 전제군주 시대에 “왕은 무치(無恥)”라고 한다. 왕은 부끄러움이 없다는 건 어떤 짓이든 용인되고, 무슨 짓을 해도 일반인과 같은 평가 기준을 들이대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박근혜 역시 수십년 동안 그를 이용해먹으려는 주변의 소수 인물들에 둘러싸여, 세월의 흐름도 모르고 시대의 변화도 잊은 채 폐쇄적 인간으로 박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3. 이러한 사기행각에 속은 국민의 잘못은 어느 정도일까? 요즘의 촛불시위에서 보듯이 대다수 국민의 의식 수준과 판단력은 박근혜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하필 박근혜를 찍은 51%만 어리석어서 그런 잘못된 판단을 했고 나머지 49%는 혜안이 있어서 다른 후보를 선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의 정치 지형으로 볼 때 49%의 판단 역시 박근혜 개인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에 근거했다기보다는 다른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었을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정치인들의 실체를 직접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매체를 통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그 매체들의 傳言을 자신의 구미에 따라 취사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代議 민주주의의 한계이기도 한데, 사실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이 자기 생각으로 두드려 만든 가상 인물에 투표를 하는 것이다.    

4. 그렇다면 51%의 책임은 없는가? 서울대 병원의 의사가 사기꾼에게 속아서 밀가루를 만병통치약으로 샀다면 그 의사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는 진위를 분별할 능력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다수의 국민이 박근혜의 실체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기회를 가질 수가 없다. 청와대 사람들이나 고위 관료들, 심지어 친박들조차 접근이 어려울 정도로 자신을 숨기고 살았지 않은가? 그렇다고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저널리즘에 기댈 수도 없고, tv 토론 같은 형식적 검증시스템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정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싫은 이유를 더 보태줄 뿐이고, 지지하는 사람에게도 결정적으로 생각을 바꿀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다.

5. 결론을 미리 상정한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최초의 물음을 던지고 나서 손끝 따라 흘러서 예까지 왔는데 마무리가 잘 안된다. 애초의 질문을 상기해보자: “박근헤-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은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는가?” 단정적인 판결은 일단 보류하고 만병통치약 사기꾼 케이스로 전환하면 이러하다:

“옛날 옛적에 어떤 사기꾼이 살았더래요. 이 female 사기꾼은 밀가루에 주문을 걸면 만병통치약이 된다는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죠. 주변에서 앵벌이 시키는 무리들도 계속 맞장구 치니까 그런 왜곡된 믿음은 점점 굳어져 갔죠. 그래서 그것을 팔면서도 별로 양심의 가책이 없었던 거에요. 그렇지만 가장 속이기 힘든 건 자기 자신 아닐까요? 양심의 가책 때문인지 이 사기꾼은 늘 불면증과 환각에 시달렸죠. 그런데 이 가짜 만병통치약을 산 사람들은 처음에는 僞藥효과 때문에 아픈 데가 낫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 같지 아니한 것 같은데 같기도 한....하여간 그럭저럭 살았는데 안좋던 건강이 밀가루 먹는다고 더 좋아질리야 있겠어요? 그러다가 마침 근처에서 우연히 그 비밀을 알게 된 고자질장이가 ‘만병통치약은 밀기루래요!’라고 떠들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죠. 그래서 그 약을 산 사람들이 몰려가서 사기꾼 처벌하고 돈 물려달라고 날마다 등잔불집회를 하면서 소송을 걸었다네요. 마침내 그 나라 판관이 양측을 불러놓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기꾼은 지가 알았건 몰랐건 사기죄로 징역 보내서 죄의 값을 받게 하고, 약을 산 사람도 자기 건강과 같이 중차대한 일에 경솔하게 돈을 쓴 “포괄적인” 책임이 있으므로 국민보건법에 따라 1년간 근신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원래 2년 근신거리지만 이미 너무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해서 죄값을 어느 정도 치렀다고 보고 1년을 감한 거랍니다. 일부 시민들이 약값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때 번 돈은 불면증 약값과 성형수술비로 다 써서 돌려 줄 게 없다는군요. 돈이 없으니 배째라는 건데요.... 배 짼다고 돈이 돌아오는 건 아니니까 똥 밟은 셈 치고 속 차리랍니다. 담에 그런 사기꾼들에게 또 속기야 하겠습니까만, 알다시피 사기꾼은 항상 사기 당하는 사람보다 더 부지런하고 더 연구를 하니까 장담할 수는 없죠. 그래서 지금까지도 계속 속아온 건데........앞으론... 글쎄요... 또 모르지요.....”

* 이상 만병통치 사기꾼 패러디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실체적으로 부합하는지 확인해 줄 수 없음


완정
적절하고도 재밌는 분석입니다.
잘 읽었고요.

실제로 시민 5000명이
대통령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소송을 냈다는군요.
2016-12-06
17:13:46

 


해설
수인께서 명쾌하게 글을 잘 썼군요. 명문입니다.

선거로 뽑힌 공직자가 실정을 저질렀을 때, 그에게 투표한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 잘못은 그의 책임이지 그에게 투표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투표자가 속았는지의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설령 속았다 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는 투표자 자신이 감수하면 되는 것이고.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투표자는 책임이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한계이다.

왜 민주주의를 하는가? 그것은 국가의 구성원들에게 "자기에게" "좋은 것"을 택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투표할 시점에 좋다고 생각된 것을 택한 사람에게 나중에 "당신은 왜 그것을 택했는가"라고 책임을 묻는 것은 인간의 인식 능력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후보자 아무도 내가 "나쁜 짓을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투표자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만일 후보자가 제기한 정책이 명백히 정의에 반하거나 반민주적임을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게 투표했다면 투표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왜냐하면 정의와 민주주의는 "좋은 것"에 우선하는 가치이며 규범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에게 투표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려면, 박근혜가 제시한 정책이 정의에 반하거나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것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그가 후보 시절에 내건 정책 중에 이에 해당하는 것이 있었던가? 내가 보기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투표자는 자기에게 좋은 것을 택한 것이고,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시행되기 위한 조건의 문제가 제기된다. 우선 관련된 문제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 가치관이 다른 사람, 정의관이 다른 사람, 세계관이 다른 사람들의 토론을 듣다보면 무엇이 옳은 지, 무엇이 나에게 좋은 지에 대한 대강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웬만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2016-12-07
04:48:52

 


수인
매스컴의 패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7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의문 하나.

그간 제기된 의혹과 확인된 사실을 종합하면 박근혜(나는 국가원수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이 인간의 존엄성마저도 지켜 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가 사소한 일까지 최순실의 컨펌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그 7시간 동안 박근혜가 뭘 했는지 물을 게 아니라 최순실이 뭘 했는지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혹시 그걸 알아본 사람이 있는지? 과문해서....
2016-12-07
11:32:41

 


완정
최씨의 행방을 알면
뭐 단서가 생길 수 있겠군요.
근데 왜 아무도 그 생각을 안 하지?

대통령은 당일
머리를 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군요.
7시간 동안 머리를?
몇 번을 했다 풀었다를
되풀이했는지 모르지만...
2016-12-07
13:25:22

 


수인
단서를 잡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박근혜가 최순실의 지시를 들을 수 없었던 어떤 사정이 있었지 않느냐 - 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7시간에 박근혜가 뭘 했느냐는 게 핵심이 아니라 최순실이 어디서 뭘 했길래 박근혜와 연락이 닿지 않았느냐..... 뭐 그런 의문입니다. 아니면 말고. 2016-12-07
15:12:58

 


해설
세월호 사고에 있어서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근거는 무엇인가?

많은 희생자를 낸 사고가 났는데도 딴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인가? 만일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고서도 딴짓을 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아니면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인가? 그렇다면 이 경우 대통령은 어떤 일을 했어야 하는가?

대통령이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시를 내릴 수는 없다. 사람이 만물박사가 아닌 한 그럴 능력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도 않다. 세월호의 경우 최종 지휘권자는 해상 구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현장 상황을 잘 아는, 현장에 파견된 지휘자이다. 현장 지휘자가 자신의 판단과 대응 매뉴얼에 따라 지휘를 하면 된다. 따라서 대통령이 뭔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재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 이를 설치 운용해야 하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여, 정부의 여러 부처가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발생했을 때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사고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는가?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세월호의 경우는 단순한 사고였다.

만일 재난 컨트롤타워를 설치했어야 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것을 설치하고 운용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대통령에게 있는가? 나는 세월호 사고 같은 경우는 대통령이 나서야 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안전행정부 장관 쯤이 나서도 충분한 사안이었다. 만일 이에 대한 법규정이 없다면 이는 정책을 만들고 법을 만들어야 할 대통령과 국회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뭘 했느냐를 따지려면 대통령의 책임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확인 과정없이 7시간을 문제 삼는 것은 남의 사생활에 대한 건전하지 못한 침해이거나 또는 정치적 반대자들의 정치 공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인이나 완정께서는 이에 답할 수 있으신가?
2016-12-07
15:29:23

 


수인
나는 '심정적으로' 그리고 대통령 선서문, 공무원의 공무에 관한 법(대충 그런 거) 등등을 근거로 도의적, 법적, 정치적 책임이 다 있다고 보는데요, 박근혜도 주변 떨거지들의 법적 자문을 받아 해설과 같은 결론을 무기로 입 닫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지금 그걸 조목조목 따질 만큼 한가하지도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나는 그 7시간에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나의 댓글의 요지는 세월호 7시간 가지고 그렇게 시끄러운데 왜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느냐는 겁니다. 2016-12-07
16:07:09

 


완정
300명이 넘는 애들이
수장돼 가고 있는 엄중한 사건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반 사고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정도 급이라면 당연히
국가 최고의 급에서 나서서
상황 처리를 하든
수습을 하든 해야 한다는 게
제 상식입니다.
청와대 주인은 불행히도
그런 능력도 상식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적어도 연락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팩스 몇장으로 왔다갔다할
상황은 아니라는 거죠.
수인 말씀대로
최순실 지시를 기다라느라고
옴짝달싹하지 못했다면
이건 거의 기절초풍할 일이지만
그런 비상식과 기절초풍할 일이
거의 다반사로 이뤄져 왔던 것이
저간의 사실이었음이 속속 드러나는
요즘 아닙니까.
2016-12-07
16:29:00

 


수인
방금 산책을 다녀오다가 이런 비유가 생각났습니다.

조그만 회사 사장이 사원 하나 데리고 사업을 하는데 어느 날 시장 조사를 하라고 사원을 밖에 내보냈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 날 회사에 중요한 손님이 와서 사원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사원과 7시간 동안이나 연락이 안 되는 겁니다. 손님 접대는 엉망이 되고 회사는 큰 손실을 입게 되었죠. 나중에 일과 후에 돌아온 사원에게 물었더니 자기는 사장 명에 따라 시장조사를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시장 조사 보고서라는 게 대강 급조한 흔적이 완연합니다. 그런데 전화는 안 받고 어디서 뭘 했냐고 물으니까 그건 내 사생활이니까 묻지 말라고 합니다. 사원이 일과 시간 중에 연락이 닿지 않으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사장이 물어볼 권리가 있을 것이고, 사원은 대답할 의무가 있을 것입니다. 나중에 자주 가는 이발소 사장이 그날 이발을 했다는 증언을 하고, 어떤 사람은 사우나를 하는 걸 봤다고도 하고, 애인과 유원지에서 오리 보트를 타는 걸 봤다는 사람도 나왔습니다.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한 배상을 하라니까 변호사 내세워서 법대로 하랍니다. 법대로 조사해야지요? 박근혜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이유도 그와 비슷합니다. 도의적, 정치적 책임(=무한 책임)은 너무나 명백하므로 생략합니다.
2016-12-07
17:40:28

 


해설
완정의 반론에 대해 내 견해를 말하자면, 대통령이 나서야 할지 아닌지는 일의 성격에 달린 것이지 희생자 수의 많고 적음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대형 빌딩에 화재가 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때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가? 만일 현장 지휘자의 권한을 넘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더 윗 선의 결정이 필요한 경우였다면 윗 선의 책임을 추궁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의 경우는 어떠한가?

수인의 비유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사례라면 사원과 사장의 입장이 바뀌어야 한다. 즉, 사원이 일을 보는데 문제가 발생하여 사장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사장과 연결이 안되는 경우로 바꾸어야 한다. 이때 사장의 책임을 논하려면 그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 사원의 독자적인 판단의 넘위를 넘는 일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만일 사원의 독자적 판단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면 사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2016-12-08
01:30:05

 


완정
이 사건이 터진 게
평일 근무시간인데
평일 근무시간에
대통령이
개인적인 딴 짓을 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난 직무 태만이라고 보는데.

그리고 그 딴 짓에 대해
개인적 프라이버시라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추측성 괴담이 난무한다고
청와대는 불평하지만
그런 괴담을 부른 건 대통령 아닌가?
왜 안 밝히나?
말을 안 하니
이런 저런 추측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참고로 미국에선
국가적 대형 사고가 터지면
대통령의 동선은
5분 단위로 체크돼
일반에 공개된다.
이건 단지 미국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가적 사건이 발생하면
대통령의 동선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민의 생명 재산을 지키는데
결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처럼
프라이버시를 핑계로
딴짓을 하는 건 곤란하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해설 생각은 어떠한지?

화재를 예로 들었는데
난 화재도 화재 나름이라고 봐.
생떼같은 애들 300명의 목숨이
걸려있는 화재라면
그건 당연히 국가적 재난이고
상황 처리. 수습 모두
대통령의 책무라고 봐.
적어도
코빼기도 안 비치면서
전화로만 이래라 저래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거지.
2016-12-08
06:04:18

 


수인
허어 참, 여기서 사원이 박근혜의 입장이라는 거죠. 사장은 국민이고. 선거로 뽑아서 월급, 판공비 주면서 권력 위임하고 일을 시키니까.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 코빼기를 보이지 않았다는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사원이 회사로 돌아와도 손님 접대를 엉망으로 할 수 있겠죠. 마찬가지로 박근혜가 나서도 일을 그르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장이 필요할 때 사원에게 연락이 닿아야 하고, 박근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행동”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조사할 필요가 있죠. 조사 결과 모든 것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형법이나 복무규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야지요.

* 참고로, 나는 사건 사고의 경우 예상되는 희생자, 혹은 위험에 처한 국민의 수가 행정 처분이나 법 집행의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고 본다. 사실이 그렇고.
2016-12-08
07:51:28

 


해설
어허, 완정과 수인께서는 부지런도 하십니다. 이 이른 시간에 답글을 주시다니.
완정과 수인께서 진지한 글을 열심히 써 주셔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의 성격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 참, 내가 수인께서 든 비유를 수인의 뜻과는 다르게 이해했군요.
2016-12-08
08:38:27

 


수인
어쩌다보니 내가 세월호 유가족 편에 선 것 같이 되었는데, 여기서도 나의 전가의 보도인 양비론을 적용해야겠다. 돌을 맞을 소린지 모르지만 세월호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는 건 맞다. 다만 희생자 수가 너무 많았고, 사고 전후의 수많은 탈법, 비리, 시행착오 등 부패와 무능의 결정판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다. 조사할 건 끝까지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와 이념의 지렛대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박근혜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법을 적용해서 죄를 물으면 된다.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시시콜콜하고 선정적인 내용을 파헤치면서 온 국민의 가학적 놀음으로 전락시키는 행태는 거의 죄악 수준이다.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사건도 좌우 이념대립으로 치달을 이유가 전혀 없다. 또 그래서는 본질이 묻혀버린다. 이번 기회에 성역없이 모든 것을 다 드러내서 단군 이래 처음으로 “법대로” 하는 꼴을 보고 싶다. 그래야 온통 쓰레기더미 속에서 호박꽃이라도 피워올릴 수 있을 것인데....

밀린 일은 태산인데 해설의 꾐에 빠져서 댓글을 다느라 어수선하다. 피차 생각은 대강 드러났으니 이제 고마 합시다 ~ 항복!
2016-12-08
08:42:37

 


수인
내가 쓰는 중에 해설이 마지막 댓글을 올려서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해설 덕분에 "관심이 없던"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냥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어쩌면 손자들의 교과서에도- 7시간 얘기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2016-12-08
08:52:29

 


완정
이건
방송국에서 내 일-뉴스 편집-과도
연관되는 일이라
늘 생각을 하는데

무슨 큰 일이 터지면
먼저 청와대 반응을 보게되요.
청와대 반응이 그 일의 '급'을 결정하고
그 급에 맞춰 모든 일의 선후완급이
정해지고 일이 처리되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근데 이건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국가적인 어려움이 닥치면
일반 국민이 대통령에 의존하는 정도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려움 겪는 가정의 가장처럼..

그러니 대통령은
다만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합니다.
관계자에겐 큰 독려자
때론 응원자가 되고
국민에겐 큰 위안을 주죠.

안타깝게도 우리의 대통령은
그 역할을 못했지만
대통령 위치가 그런 큰 위칩니다.

그런 대통령을 갖고 싶네요.

해설 수인 수고했습니다.
2016-12-08
11: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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