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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
白下  2017-04-17 19:49:40, 조회 : 338, 추천 : 22
화사하게 만발한 벚꽃나무 그늘 밑을 거니노라니 괜히 마음이 설레인다.
설레임,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가!
바쁜 일상을 빙자해 가슴속 깊은 곳에 유폐시켜 놓았던
‘참으로 있음‘에 대한 그리움을
바람에 날리는 눈 같은 꽃잎이 제대로 각성시킨다.
인생을 나는 얼마나 많은 관념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잎을,
꽃잎마다 찾아다니며 꿀을 빠는 벌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참으로 존재함을 느껴본다.
설레임은 존재의 근원을 향해 흔들리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다.



江畔獨步尋花     홀로 강변을 거닐며 꽃구경 나서다
                                                                                     杜甫

江上被花惱不徹   강가에 핀 봄꽃 내 마음 마구 흔들어 놓아
無處告訴只顚狂   그 아름다움 말해줄 데 없어 미칠 것 같네  
走覓南隣愛酒伴   남쪽 마을 술친구 찾아 허겁지겁 달려갔더니
經旬出飮獨空床   열흘 전 술 마시러 나가고 빈 침상만 홀로 있네


수인
杜선생을 詩聖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sentimental한 작품이 적지 않은데, 이 詩는 감상과 활달함("走覓"이 송강 정철의 시조 중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타고"를 연상시킨다)이 묘하게 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異彩롭다.

그런데 첫 행(江上被花惱不徹)의 정확한 어문 구조와 특히 "不徹"의 의미가 무엇일까? 인터넷을 뒤져봐도 명쾌한 설명을 찾지 못하겠다. 시험삼아 분석해보자.

江上: 강가(=江畔). 왜 上인가? 강가의 땅은 강 수면보다 높다. 즉 강의 수면 위(上)다.

被花惱: 피동 구문이다. “꽃(花)에게 괴롭힘(惱)을 당한다(被)”는 것이다. 몹쓸 꽃!

不徹: 徹을 뚫다, 뚫고 나아가다는 의미로 보면 不徹은 “(너무나 심란해서 꽃들 사이를) 차마 지나가지 못하겠다”는 말이 된다. 꽃에 대한 감상이 이보다 더 자심할 수 있을까.

겸하여 2행에서 하소연(告訴) 할 데(處)가 없어서(無) 확(只) 돌아버리겠다(顚狂)고 했을 때 시인이 친구에게 하소연하려던 것은 “꽃의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꽃에 의해 촉발된 “주체할 수 없는 설움” 같은 게 아니었을까?

나머지 3행과 4행은 無難.
1행과 2행에 대해서는 나와 다른 다수의 異見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2017-04-17
22:19:40

 


白下
오우! (詩)해설에 불친절한 저 대신 이렇게 자상하게 풀어주시니 시의 이해가 더 깊어지네요. 종종 부탁드리겠습니다. ^^*

杜甫의 江畔獨步尋花가 모두 7首 있는데 그 중 마지막 시가 가슴에 와 닿는군요.

不是愛花卽欲死 (불시애화즉욕사)
只恐花盡老相催 (지공화진노상최)
繁枝容易紛紛落 (번지용이분분락)
嫩蘂商量細細開 (눈예상량세세개)

꽃을 좋아한다 해도 죽을 만큼은 아니고
단지 지는 꽃과 함께 늙는 것이 두렵다네
번다한 가지는 쉽게 분분히 떨어지고
여린 꽃부리는 헤아려 가냘프게 피네
2017-04-18
00:58:34

 


수인
江畔獨步尋花가 聯詩라는 것도 몰랐으니 내가 두보의 시를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숨어있는(?) 시를 발굴해준 백하옹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건 여담인데, 서울 역삼초등학교에서 뱅뱅사거리 쪽으로 골목길을 걷다보면 <눈아(嫩娥)>라는 설렁탕집(?)이 있다. 나는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무슨 설렁탕집 상호가 저러냐 - 고 의아했었는데, 추리컨대, 글줄이나 읊조리는 사람이 누나(눈아=누나)뻘 되는 사람(식당 여사장?)의 요청에 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이 식당은 "이모집"도 "처가집"도 아니고 "누나집"인 것이다. 아무튼 시를 보고서야 눈(嫩) 자가 실제로 쓰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하가 “종종 부탁한다”니 이 시의 감상 포인트도 짚어보자.
첫 두 행은 전에 소개한 “代悲白髮歌”의 모티브(꽃과 無常)와 유사해서 새로울 건 없는데 3행과 4행의 대비가 재미있다.

3행에서 이 가지 저 가지(繁枝)에서 펄펄펄(紛紛) 쉽게, 헐값으로, 매가리 없이(容易) 떨어진다(落)고 했는데 詩語와 音韻에서 급하고 헐하게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老年을 잘 그려낸 것 같고, 4행에서 여린 꽃눈(嫩蘂)이 마치 생각이라도 하듯이!!!(商量) 가냘프게(細細) 핀다(開)는 대목에서는 처음 태어나는 생명의 여리고 조심스러운 양태가 잘 표현된 것 같다.
2017-04-18
07:51:28

 


白下
으흠~ 역시 수인께서 짚어주시니 싯구가 제대로 이해됩니다. ^^*
杜선생이 사물에 即하는 감각이 精致하네요.
2017-04-18
19:08:13

 


해설
설레임, 참 좋은 말이다. 요즘은 호구지책의 시간 틀에 박힌 생활을 하느라 설렐일이 없다.

백하, 태안 생활은 재미 있수? 태안에도 싱싱한 생선이 나겠지요? 한 번 가보고 싶네.

수인의 해석을 보면서 새삼 느낀다. 좋은 시는 ( 다른 글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자체로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해석이 더해짐으로써 비로소 빛을 발한다. 수인의 논평 덕에 두보의 시가 더욱 빛나네.
2017-04-19
01:22:02

 


白下
해설, 요즘 태안에서는 쭈꾸미가 제철이라우.
몽산포 쭈꾸미축제가 5월 8일까지입니다.
모영여사 손 잡고 한번 내려오삼. ^^*
2017-04-20
00:13:16

 


효산
어제는 청량산에를 다녀왔지요.청량사 반대편 축융봉을 올랐는데
천지간에 혼자이고 모든 것이 발아래 있었습니다.
혼자 다니기에 산돼지가 제일 무서웠지만 산 위에는 진달래인지 철쭉인지는 모르지만 수줍게 피고 있었고 산행 내내 설레였지요.
아 쭈꾸미 먹고잡다.
2017-04-20
08: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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